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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택언유연

Vienna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영어 명칭.






☎+43 

저예요.

좋은 아침. 응. 아까 아보카도 샐러드 먹었어요. 처음엔 물컹한 식감이 조금 거북했는데, 이것도 계속 먹으면 나름대로 괜찮아서요. 다음에 새로운 요리법 알려줘요. 이제 스물둘도 아닌걸요. 냉장고? 당신이 만들어준 푸딩은 아직 남아있어요. 이걸로 일주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리해서 이번 주에는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음. 독일어는 아직 조금 어색해요. 아니. 통역사까지는 필요 없어요. 바보. 음식은 먹을 만해요. 잘 챙겨 먹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연 씨가 도와준 덕분에 서류 정리는 거의 끝났고 남은 인터뷰도 생각보다 쉽게 끝날 것 같아요. 오늘은 일이 끝나는 대로 도나우강을 산책할 거예요. 택언 씨는요? 좋아요. 금요일? 이번 주는 괜찮다니까. 알았어요. 나도 보고 싶어요. 사랑해. 잘 자요.




태양의 끝자락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비엔나에서 맞는 43번째 아침.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것으로 가슴께에 느껴지는 계절감이 선득했다. 매일같이 전화를 해오는 먼 곳에 있는 연인의 목소리로 아침을 맞는 것이 이제는 적응될 법도 하였는데 몸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만 같았다. 유연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 포트에 물을 올렸다. 스웨터를 입으니 진득한 가을 냄새가 났다.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경은 매번 마주할 때마다 생경하기만 하다. 비엔나.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빈은 그가 말했던 것만큼이나 환상적인 곳이었다. 사람과 어우러진 따스한 풍광. 부드러운 색의 건물들은 유연이 동화 나라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와 같은 영감이 퐁퐁 샘솟는 곳에서 지내면. 어찌 보면 모차르트-,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가 지금까지 칭송받는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완벽한 비엔나에 지내면서 불편한 것은 딱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너른 품을 가진 자신의 연인, 이택언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택언은 유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랑에서도 헌신적이며, 다정한 사람이었다. 유연이 비엔나로 출장을 떠난 이후 7시간의 시차를 훌쩍 넘어 여태껏 굿모닝 인사와 굿나잇 인사를 잊은 적이 없는 정말이지 그는 대단한 사랑꾼이었다. 유연은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비엔나로 찾아오는 이택언과 하루를 함께 보냈다. 서로를 향한 마음에 있어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틈조차도 매워 버리는 남자가 이택언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 만남은 너무나 짧았다. 유연은 부엌 찬장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두고 간 홍차 팩을 뜯었다. 벌어진 틈 사이로 잘 말려진 다즐링 잎이 새어 나와 달콤 씁쓸한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포트로 끓인 물을 잔에 옮겨 담고 티백을 넣자 곧 유리잔에 색이 발갛게 입혀졌다. 붉게, 천천히 물드는 모양새가 단풍과도 같았다. 한국의 가을은 지금쯤 단풍이 얼룩처럼 번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겠지. 문득 이택언과 보낸 첫 번째 가을의 추억이 머릿속을 부유한다. 세찬 그리움에 창문틀에 자리한 지난가을,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자 유연은 마치 그 시간이 살아나 자신에게로 걸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의 그 순간 이후로 유연에게 가을이라는 계절은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술이 간질간질 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01.



<<가을 속으로>>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유연이 야심 차게 준비한 특집이었다. 연모시에서 아름답게 저문 단풍을 볼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하고 근처의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유연이 우려한 것과 달리 이택언은 생각보다 특집 기획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녀는 그 반응에 힘입어 빠르게 프로그램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촬영할 장소인 가을 명소는 제작사의 게시판에 투표를 받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SNS와 각종 웹사이트에서 아름다운 단풍으로 화자 되곤 하던 '백운호'가 자연히 가장 높은 표를 얻었다. '그렇게 유명한 장소라면 사람이 많을 텐데 무사히 촬영할 수 있겠어요?' 투표 결과를 듣고 있던 유연의 머릿속에 이택언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사전답사를 해보고 촬영 장소를 확정하겠습니다."



다음날 고은과 유영, 예준과 함께 방문한 백운호는 들썩이는 소문대로 사람이 붐볐다. 하아. 이래서야 촬영은 무리겠는걸.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유연과 달리 고은과 유영, 예준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거야 원. 바닥에 떨어진 단풍보다 사람이 많겠는데…. 사람들의 투표를 받아 선정된 백운호의 단풍은 '말' 그대로 아름다웠지만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전체적인 풍경을 확인하기도 힘들었고, 수많은 인파만큼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유연은 까치발을 들어 백운호 주변을 살폈다.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도 대부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고, 그나마 괜찮은 맛집은 줄 선 사람이 많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 아무래도 백운호는 무리인 것 같아요. "


" 대표님 그럼 투표 결과를 물려버리시려고요? "


" 하지만 이 모습을 촬영하고 괜찮은 부분만 편집해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진 못할 거예요. "



백운호에서 돌아온 유연의 머릿속은 <<가을 속으로>>의 촬영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좋지. 조용하고 아름다운 숨겨진 명소라면 더 좋을 텐데. 이번 특집은 꼭 스스로 해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또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가. 아니야. 언제까지고 이택언에게 기대기만 할 수는 없어.




[유연의 모멘트]

오늘 단풍 구경은 실패인 걸까.

→한예준 : 대표님 저는 좋았어요 !

→허묵 : 제가 단풍 구경하기 좋은 곳을 알아요. 주말에 시간 있으면 함께 갈까요?

→백기 : 한예준 나 좀 봐.




띠링. 띠링.



휴대폰을 놓음과 동시에 타이밍 좋게 울린 것은 이택언으로부터의 전화였다.



☎+82

이택언입니다.

촬영지가 백운호라고 했습니까? 아. 장소를 변경하기로 했나요. 다음 주 촬영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못 정했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정말이지. 알겠습니다. 내일 시간 있으면 화예로 와요. 그리고 토요일에는 시간 비워두도록 해요. 나랑 같이 어디 갈 데가 있으니까. 그럼 이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건 뭐야. 지금 당장 다른 곳에 답사하러 가도 모자랄 판에 토요일에 시간을 내라니.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이택언일텐데. 정말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지. 유연이 내뱉는 한숨이 깊다. 그래 일단 토요일에 이택언을 만나고. 도와달라고 말해보자. 바쁜 시간에 나를 불러냈으니 이 정도 도움은 줄 수 있겠지? 유연의 얼굴이 급속도로 음흉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예준은 어쩐지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02.



" 타요. "



이택언이 커다란 손을 뻗어 가볍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도 오늘 같은 날은 정장을 입지 않는구나. 사복도 잘 어울리네…. 이런 생각을 하며 멀거니 이택언을 바라보고 서 있자 그가 나를 불렀다.



" 유연 씨. 뭐합니까. "



네네. 앉아요. 이택언 씨. 당신을 보고 있었다고는 절대 말 못 하지. 유연은 그가 열어둔 문을 살짝 잡고 자리에 앉았다. 이택언이 문을 닫는 사이 얇은 블라우스 사이로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밖과 다르게 그의 차 안은 따뜻하기만 했다. 그가 매너 좋게 조수석을 데워놓고 있었던 탓일까. 노곤해지는 온도.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앉았다. 아직 촬영지를 정하지 못한 탓에 전날까지 밤을 지새운 유연의 다크서클은 내려올 대로 내려와 있었다. 이제 출발하는 건가? 분명 그가 운전석에 앉은 지 좀 되었는데. 얼마간의 정적에 눈을 뜨자 코앞으로 다가온 이택언의 부드러운 검은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엷은 캐러멜 향과 그를 닮은 우드 향이 코끝으로 훅 스몄다. 달칵.

안전띠였구나. 유연은 다시 눈을 감고, 붉어진 얼굴을 이택언에게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잠을 청했다.



유연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자 이택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어디로 데려가는 줄 알고 이렇게나 푹 잠이 든 것인지. 멈춘 신호 동안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니까. 저 작은 머리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다니는 건지. 이택언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득했다. 차창 너머로 비치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며 살며시 가리개를 내려주었다.






03.



" 유연 씨. 도착했습니다. 일어나요. "


" 대표님 여기가…. "


" 단풍 구경. "



아! 유연은 백운호 답사를 끝내고 돌아와 실망감에 정신없이 쓴 모멘트를 기억했다. 단풍 구경이라는 말을 꺼내는 이택언의 귓가가 약간 붉어 보였다. 단풍? 그럼 단풍 구경 때문에 주말에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야? 촬영지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그러는 걸까. 다시 한번 이택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유연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잠깐 한숨 잔 것뿐인데 이렇게 개운할 수 있나. 유연은 몸을 요리조리 돌려보았다. 그가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몸도 이렇게 편안해지다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와 함께 걷는 동안 저 멀리서 옅은, 솜사탕 같은 분홍 물결이 나풀거렸다.



" 예쁘다-. "


" 핑크 뮬리입니다. "



끝없는 연분홍 물결의 향연과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잎, 붉게 물든 단풍. 세상의 가을을 모두 훔쳐 온 것만 같은 진홍의 풍경에 유연은 벌린 입을 닫지 못했다. 거기다 길어진 가을볕이 더해지니 유연의 마음속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저 사진 찍고 올게요! "



이택언은 달려나간 그녀를 따라가며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뛰어다니면서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나 있을지. 바보.



이택언에게는 유연의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기만 했다. 유연은 자신이 제공하는 모든 것에 쉽게 만족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유연을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이 뜨겁게 끓기 시작한 것이. 저 한마디도 지지 않는, 그녀를 닮아 고집스럽게 닫힌 입술을 언제까지고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저만치 앞서간 유연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그녀는 모든 색을 빚어다 만든 듯 아름다워서, 그에게 비친 유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는 그 시간을 잠시 지속하기로 했다.



" 대표님! 낙엽이 공중에서 멈췄어요! "


" 마음에 듭니까? "


" 네! "



한껏 소리를 친 그녀는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에 쪼그려 앉아 떨어진 낙엽을 줍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뭡니까.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택언은 그대로 그녀의 곁에 가서 섰다.



" 어쩜 이렇게 색이 예쁘게 물들 수가 있죠? 

이건 정말 별 모양 같아요. 

여기… 정말 단풍이 아름다워요. 사람도 없고. 설마 대표님 땅이에요? "



자신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유연의 모습에 이택언은 그녀의 머리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면서 가볍게 웃었다. 오늘따라 대표님이 이상해. 가을 타는 건가? 뭘 잘못 먹고 나왔나. 아까부터 저를 보며 자꾸 웃음 짓는 그가 어색했다. 음. 싫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저렇게 웃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 이건 화난 대표님을 닮았네요. "



새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들어 올려 택언의 얼굴과 비교하는 유연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 신났군요. 구경 다 했으면 갑시다. "


" 벌써 가요? "



이택언의 턱 끝이 가리킨 곳은 음식점을 비롯한 여러 기념품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였다.



" 저기서 뭐라도 먹고 다시 오죠. "



단풍 줍기를 멈춘 유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배가 슬슬 고픈 것 같기도 했다. 아침부터 먹은 것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04.



" 이택언. 대표면 다야? 

나도 대표야!!! 

진짜… 보고서 다시 고쳐오라고 하기만 해봐. "


" 이봐요. 유연 씨. "



이택언과 술 한잔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유연이 결국에야 그에게서 술잔을 뺏어 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한잔을 꼴깍 마시고 진하게 취한 것이 문제였다. 이택언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 식탁에 머리를 묻고 잠든 그녀가 있었다.



분위기를 너무 탔나. 상점가로 들어오자 코끝으로 풍기는 떡갈비 냄새에 음식점에 들어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창밖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별안간 유연이 술을 시키는 게 아닌가. 대표님 이런 날에는 한 잔 정도는 마셔 줘야 하는 거 알죠? 라고 말하며 막을 틈도 주지 않고는. 

이택언은 유연의 손에서 술을 뺏어 드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그녀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술을 다시 가져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 아직 낮입니다. "


" 대표니임- 

정말. 한 잔은 괜찮다니까요. "


" 이리 주세요. 안됩니다. "



유연이 술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 택언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을 때였다. 그의 손가락을 스쳐지나 잔을 쥐어가는 손이 날렵했다. 



" 유연 씨 ! "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빠르게 유연의 목구멍에 술이 꿀꺽 넘어갔다. 평소에 마시던 것보다 도수가 높은 술.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그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읏. 뜨거워. 유연은 이택언이 건네는 물을 마시며 그로부터의 따가운 시선을 피했다. 시간이 지나자 깊은 곳에서부터 취기가 밀려들었고, 고작 한 잔뿐이었는데 몸에서는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뜻과는 다르게 자꾸만 몸이 이택언을 향해 기울었다. 이렇게 취할 거면서 술 욕심은 왜 부린 겁니까. 이렇게 부주의해서야.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그의 푸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술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연은 눈꼬리가 축 풀려 자신을 바라보는 택언에게 자꾸만 배시시 웃어댔다. 우웅 하고, 그녀가 오물거리는 입술 사이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소리가 무척이나 작아서 그는 그것을 들을 수 없었다.



" 유연 씨. 정말. "


" 대표니임..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상황에서 이택언은 난처하기만 했다. 자꾸 어깨에 기대오는 그녀의 작은 뒷모습. 체향. 어떤 과일처럼 탐스러운 분홍빛을 띤 입술과 파들파들 떨리는 가녀린 속눈썹과 같은 것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멎었다. 오후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창밖의 햇살이 가을답게 부드럽고 조용한 빛깔로 바뀌고 있었다. 새들이 떼 지어 전선에 앉았다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식당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택언은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유연의 팔을 어깨에 걸고 안아 올렸다. 어깨에 내려앉은 팔이 너무나 작고, 소중해서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세계의 모든 것들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의 손과 그녀의 다갈색 머리카락, 사랑스러운 뺨에 이르기까지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온통 붉게 물들고 있었다.






05.



" 대표님? "



유연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이곳이 그의 차 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든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천천히 지난 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작게 열린 차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가 켜놓은 히터와 몸을 덮고 있는 그의 외투 덕분에 춥지 않았다. 이택언의 베일 것만 같은 날렵한 코, 보기 좋게 길게 늘어진 입술, 감은 눈, 이런 그의 무방비한 모습을 보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손을 뻗어 조심스레 그의 콧날을 쓰다듬자 따뜻하고, 커다란 손이 유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뭐야. 잠든 게 아니었어? 이택언이 끄는 힘으로 이상하게 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다. 마침 몸을 감싸고 있던 그의 외투가 스르륵 떨어졌다. 묘한 기류가 차 안을 잠식해왔다.



" 뭐합니까. "


" 아무것도...하하하. "



아하하..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은 하늘이 시야에 담겼다. 벌써 밤이네. 시계를 들여다보자 시침은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택언은 무언가 못마땅한지 마음에 들지 않는 시선으로 자꾸만 유연을 쳐다보았다.

정신을 차린 유연이 아까 전부 둘러보지 못한 상점가와 꽃밭을 생각해내곤 이택언에게 말을 붙였다. 조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 대표님! 아까 다 못 둘러봤으니까…. "


" 그래요. "



자리에서 일어난 택언이 떨어진 자신의 외투를 주워 그녀에게 다시 여미고 안전띠를 풀어 주었다. 유연의 귀 끝이 붉었다. 그녀는 차 안이 어두운 탓에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라고 믿었다. 문을 열고 나와 얼마간 걷자 상점가의 전등불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비가 내려서 주변에서 풀 냄새가 한층 짙게 풍겨왔다. 상점가의 불빛이 알록달록하게 가을의 밤하늘을 물들였다. 낮의 꽃처럼, 전등들은 아름다운 밤의 꽃이었다. 오로지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와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 여기 식당들은 화예에서 지원하는 재료를 씁니다. 그러니까, 전부 좋은 재료라는 거죠.

당신이 안심하고 먹어도 되고, 손님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화예에서 교육을 맡아서 서비스 측면에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장소도 알려주고, 이런 이야기도 해주고. 이 정도면 당신에게 줄 도움은 다 준거라고 생각하는데. "


" 감사합니다. 대표님. 

음. 식당은 아까 직접… 체험해보았으니, 다른 가게들도 더 둘러봐도 될까요? "


" 마음대로 해요. "



여기는 액세서리 가게, 저기는 기념품 가게. 길을 따라 천천히 옮긴 발걸음이 어느새 상점가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지막 걸음을 내디디고, 다시 돌아가려던 순간 눈앞에는 작은 사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요즘에도 사진관이 있구나. 도심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그나저나 이 시간까지 운영하는 건가?

이택언이 말릴 새도 없이 유연은 사진관 입구에 발걸음을 들이고 있었다. 리모델링을 거친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옛날 사진관과 비슷했다. 은은하게 오래된 책방의 냄새도 났다. 두 사람이 사진관에 들어옴과 동시에 짤랑이는 소리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넉살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동그란 문고리가 달린 문을 열고 나와 탁자에 올려져 있던 안경을 쥐어 눈에 맞추어 보았다. 이런 시간에 사진관에 올 손님은 별로 없으니. 사진사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늦은 손님을 맞았다.



" 사진 찍어드리면 될까요?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이택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유연이 도리질을 하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미소와 함께.



" 대표님 여기까지 온 김에 사진이라도 찍고 가요! "


" 실례가 아니라면 찍어주시겠어요? "


" 당신.. 정말.  "



얼떨결에 사진사 아저씨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이택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 찍고 싶으면 당신만 찍으면 되지 않습니까. "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대표님 표정 풀어요. 곧 사진 찍으니까. "



사진사 아저씨의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추어 유연은 이택언에게 가까이 밀착했고, 갑작스럽게 피부에 닿는 그녀의 숨결로 인해 이택언은 플래시가 터짐과 동시에 시간을 멈추었다. 그건.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창피한 일이었다.





06.



" 당신 때문에 이런 날도 있군. "


" 이런 날이라뇨? "


" 아무것도 아닙니다. "


자신을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에 택언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체념한 듯 숨을 내쉬었다.

사진관에서 나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자 요전에 보았던 핑크 뮬리 밭으로 달빛이 아름답게 내리고 있었다. 유연이 낮을 잠으로 허비해버린 것을 아쉬워하며 밭을 쳐다보고 있자 택언이 은근하게 그녀에게 물어왔다.



" 또 가고 싶습니까? "


" 그렇지만 이제 시간도 늦었고, 대표님도 돌아가 봐야 하잖아요. "


" 당신이 가고 싶다면, 그 정도는 괜찮아요. 그리고 당신은 조금 더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습니다. "


" 아, 술은 말고. "



 이택언의 마지막 말을 들은 유연은 어쩐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원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스러운 얼굴. 그리고 부드러운 웃음. 아무래도 정말 이상해. 오늘 대표님이 아침을 잘못 먹은 걸 거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택언의 외투에서 그의 향이 스며들었다. 편안한 기분, 그리고 조금 떨리는 마음. 가을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 퍽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유연은 이 순간만큼은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핑크 뮬리 밭은 어둠에 의해 낮처럼 분홍빛을 띠지는 않았지만, 달빛을 닮은 은빛 갈대밭 같아 보이기도 했다. 밤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밤 벌레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 대표님. "



정적 속 갑작스러운 유연의 부름으로 이택언은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 오늘 하루 동안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어요. "


"일단, 제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고집부려서 대표님 고생시키게 한 거 이것부터….

그리고 사진관에서도 대표님 곤란하게 해서 죄송해요. "


" 별로,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


"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촬영지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언제부터 작고, 도톰한 입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을까. 몸을 움직일 때마다 함께 찍은 사진을 담은 비닐이 옷자락에 부딪혀 부스럭거렸다. 붉게 물든 유연의 수줍은 귓바퀴가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이택언은 내면에서 차오르는 열망을 참기 힘들었다.



"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건, 촬영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


" 네? "


" 그리고. 그렇게 고맙다면, 당신은 나에게 뭘 해줄 수 있습니까."



이택언은 말을 마치며 허리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연의 대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 프로그램의...성공? " 


" 그건. 지금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잠시의 정적 동안 이택언의 눈빛이 달빛에 번득였다.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가 그러한 것처럼.


" 당장 감사의 보답은 이걸로 받죠. "



주위에 드리운 섬세한 밤의 음영이 달을 가리자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자신의 입술 문양을 새기는 것처럼 섬세한 입맞춤이었다. 입술이 닿은 부분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겁지는 않았지만, 무언가의 각인처럼 남아 그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감정은 마치 저녁 바다에 밀물이 들어오는 것처럼 차오른다. 바람다운 바람도 없고, 달빛은 색색으로 물든 산간수목의 잎사귀들을 아련하게 비추었다. 구름 사이를 빠져나온 달빛이 다시 한번 그들을 삼켜내는 동안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환기하고 있었다.






07.



방송은 촬영지를 변경해서 무사히 제작했고, 이택언의 크나큰 공헌 덕분에 특집 프로그램 <<가을 속으로>> 는 대박을 터트렸다. 방송 이후 각종 매스컴에서는 촬영지에 대한 방문 후기가 끊이지 않았고, 사내 모든 사람은 어떻게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그렇게 이른 시일에 알아냈는지 궁금해했다. 뭐 이건 일이 끝나서 하는 얘기지만 예상대로 그곳은 화예, 이택언의 부지였다. 그러니까 그 장소를 세간에서 아무도 몰랐던 것은 당연했다. 유연이 그곳에 초대받은 첫 번째 손님이라는 건 이택언만이 아는 유일한 사실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지나자 어느새 머리 위로는 가을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노곤한 가을 햇살에 기지개를 켜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리자 모니터 옆에 자리하고 있는 다소 어색한 표정의 이택언이 아니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풋-.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도 모른 채 유연은 그의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남겼다는 것에 대한 묘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녀가 은근하게 사진을 매만지는 손길이 너무나 따스한 탓이었는지. 업무를 보고 있던 이택언은 등 언저리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08.



+82

이택언 입니다.

일 끝난 거 압니다. 그리로 가고 있어요. 저녁은? 또 인스턴트  식품으로 배 채운 건 아닙니까? 그건 아니라니.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대답이군요. 푸딩? 들고 가고 있습니다. 이거야 원. 나보다 푸딩을 더 반기는 것 같군.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옷 챙겨서 내려와요.












그다음 해의 가을, 지금 유연은 이택언의 권유로 '비엔나'에 와 있다. 비엔나에 오게 된 것은 그의 말 한마디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새로운 가을 특집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해보면 어떨까.'와 같은 성공에서 기인한 도전 의식이 생긴 것도 결정에 한몫한 것이다. 이름하여 <<세계의 가을 속으로>>. 왜 하필 배경이 비엔나라고 묻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비엔나는 유연이 휴식을 취하기에는 아주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도시였으며 또, 완벽하게 아름다운 가을을 지닌 도시였다. 특히나 쏟아질 것만 같은 단풍과 어우러진 호수의 모습이 절경이었다.



사진을 한참 보고 있다가 가만히 생명을 불어내자 창문에는 보얀 김이 서렸다. 유연은 손가락을 곧게 뻗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자를 적어 보았다. 그려진 모양을 따라 그 이름을 외니 그리움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열자 빛이 와르르 쏟아져 방안을 비추었다. 언제나처럼 맞이하는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비엔나의 아침이었다.



유연은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을 잡아 현지에서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고, 인터뷰하며 천천히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리고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한 해를 회상하며 그녀는 더욱 굳건하게 의지를 다졌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끄러움에 얼굴을 못 들었던 날들. 이택언이 투자 가능성을 보았던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고 실수투성이였던 병아리 대표는 더 이상 없었다. 아직 화예에 이르기까지는 멀었지만, 그녀에게는 1년 동안의 성과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눈부신 기록이 남아 있었다.






넓은 비엔나 국제공항에서 유연은 한 눈에 이택언을 알아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그의 곧고 듬직하게 벌어진 등의 골격과 코트 자락. 그것만으로도 유연의 마음이 여러 갈래의 물결로 동했다. 그의 뒤쪽으로 다가가서 팔을 감아도 그의 허리를 째 안을 수 없었다. 그의 배꼽 언저리에서 맞잡지 못한 손은 곧 커다랗고, 따스한 손으로 덮였다. 늘 잔잔하게 그와 함께하는 캐러멜 향이 심장의 안까지 파고들어 천천히 몸을 잠식했다.



어서 와요. 응. 나 왔어요. 짧은 말과, 작은 행동만으로도 그들은 여전히 넘쳐나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만난 지 벌써 일 년인가. 처음 감정을 확인했을 때의 설렘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어느새 비엔나는 유연의 삶에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다. '그'가 '그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 지금 어디 갑니까?

집에만 있어도 시간이 모자란 것 같은데. "



반나절을 꼬박 새워 침대에만 있었더니 엉덩이와 허리 부근이 아릿했다. 저 사람은 괜찮은가 몰라. 하긴 그렇게 쉽게 지칠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게 바로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한다는 일이.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가 원하는 만큼, 그를 원했으니까. 뭐 달리 할 말은 없지마는. 나는 이렇게 몸 여기저기가 아픈데 혼자만 괜찮은 모습을 보니 괜히 얄미운 마음이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서려 시트를 잡았을 때, 이택언이 팔을 잡아 자신의 품 안에 데리고 가기 전까지는. 맞아. 항상 이렇게 이택언은 내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옮겨 나무를 보니 앙상한 가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엔나는 가을에 한국보다 해가 일찍 져서, 자꾸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그와 함께여서, 아쉽지 않았다. 멀리서 해가 지고, 우리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하늘의 푸름과 강의 푸름은 다른 색이었지만.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강물은 터키석을 녹여 만든 빛깔을 띠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잔디에 앉자 황홀하게 지는 가을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다시 눈을 뜨자 빛이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 여기, 예전부터 함께 오고 싶었어요.

이제 곧 한국 돌아가니까 그전에는 오고 싶었어요. "


" 진작 말했으면, 언제라도 올 수 있었을 겁니다. "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 사이로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 하늘에서는 별빛이 쏟아질 듯이 내리고 있었다. 밤에 부는 바람이 차가워, 이택언은 유연을 좀 더 꽉 끌어안았다. 맞닿은 두 사람의 사이, 틈이라고는 없애버릴 것처럼.



" 남은 기간에는 곁에 있을 겁니다. "


" 대표님 일은 어떡해요. "


" 다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누구처럼 바보는 아니라서. "



숨 막히게 껴안은 품에서 겨우 고개를 들어 본 이택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정에 유연은 다시 그의 품에 머리를 묻고 아무도 듣지 못할 작은 소리를 내어 속삭였다.



" 사랑해요. "


아쉽게도 그 소리를 놓칠, 그녀의 연인이 아니었지만.


" 사랑합니다. "



이미 수없이 많이 들은 말이었지만, 서로에게 속삭이는 고백은 항상 새롭고, 간지러울 따름이었다. 이택언이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행여나 그녀가 부서질까 조심스러운 손길로. 촉촉한 입술은 이마. 눈. 코를 향했다. 유연은 눈을 꼭 감고 다음 도착지에 입술이 내려앉기를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의 입술이 좀체 아래로 내려올 생각을 않았다. 눈을 살짝 뜨자, 뜨거운 숨결에 젖은 입술이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입안을 헤집었다. 그가 섬세한 혀끝으로 잇새를 훑어내리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이후로도 몇 번 혀를 섥다가 숨을 고르려고 입술을 떼자 그가 나지막이 귓가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목울대가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자 작게 흥분감이 일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요. 늘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가을에도, 그다음 가을에도 항상 내가 당신 곁에 있을 테니. "





(Music . Billy Joel _ Vienna) Ariana Grande ver.

;When will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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