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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발견

비오는 초가을 허묵 교수님의 연구실 데이트

어제까지만 해도 무더위에서 겨우 해방되어 선선하고 좋은 날씨가 며칠간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꼈고, 결국 일기예보에서 오후부터 내린다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학과회의를 마친 허묵은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잠시 환기를 시킬 요량으로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녹색이 우거진 캠퍼스가 빗물에 젖어가고 있었다. 연구실 한 켠에 놓인 커피포트에 물을 따르고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끓어올리는 소리가 났다. 유리로 된 병에 담긴 커피에 티스푼으로 한 수저를 떠서 머그컵에 넣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끓는 소리가 멈췄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물을 머그컵에 따르다가 그녀가 오면 내어줄 핫초코 포장지가 보였다. 작고 하얀 마시멜로가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지금 쯤 바쁘겠지,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비 때문에 스케줄이 꼬여서 평온하지만 평안하진 않은 점심을 먹을지도 모른다.

머그컵에 그대로 담긴 티스푼을 빙빙 돌리다가 창문에 가까이 서서 한 모금 마셨다. 책상에 머그컵을 올리고 창문을 닫으려다가 익숙한 사람이 책을 쥐고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깨를 넘어서는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가냘프지만 담대한 사람이었다.


“아… 어쩌지?”


그녀가 중얼거리며 건물의 입구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건물의 입구와 대각선 방향으로 있는 연구실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얼굴만 가리고 있었다. 정확히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확실했다. 확실하다고 자신한다.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연구는 증명되지 않는다. 그 증명조차도 완벽하다 할 수 없기에 과학자는 단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임이 틀림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유연씨!”


허묵의 목소리에 그녀가 반응했다. 기웃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했다.


“교수님?!”

“내가 금방 내려갈게요. 기다려요.”


놀란 목소리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었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입을 둥근 모양으로 만들었을 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덮고 쪽잠을 잤던 비치타올을 꺼냈다. 어제 세탁해서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타올을 들고 나가기 전에 허묵은 커피포트에 다시 물을 채워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입구로 내려갔다.


“교수님! 어떻게… 저 인줄 아셨어요? 제가 연모대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학교에 왔는데, 내가 모를 것 같아요? 자, 추우니까 이거 덮어요.”


허묵은 서둘러서 유연에게 비치타올을 둘러 주었다. 세차게 내리지는 않았지만, 빗방울이 굵은 탓인지 옷이 젖어 있었다. 아마도 추울 것이다. 허묵이 가져온 비치타올이 그나마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비가 올 줄 몰랐는데… 교수님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일기예보 확인을 못했나봐요?”


이틀 전부터 비가 온다고 했었다. 얼굴을 보니 밤을 샌 것 같았다. 허묵이나 유연에게 있어서 일상적으로 일어났기에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비를 맞은 유연은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요즘 잠을 설쳐서 확인할 시간이 없었어요.”


유연이 민망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라고 대답하고는 자신의 연구실로 이끌었다. 오는 길에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원생을 보았다. 그 학생은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는 빠르게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이걸로 한동안은 자신의 연구실에 오지 않을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유연은 허묵과 함께 연구실로 들어왔다. 비 냄새가 섞인 허묵의 연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항상 건조하고 종이와 책의 냄새뿐이었던 공간에 생기가 들어온 것 같았다.


“편하게 앉아요.”


허묵은 연구실로 들어오자마자 창문을 닫았다. 머그잔에 꽂아 두었던 티스푼을 작은 세면대에서 닦아냈다. 작은 찬장에서 새로운 머그컵을 꺼내 유연을 위해 사 두었던 핫초코를 꺼내 부었다.


“그런데, 정말로 제가 오자마자 아셨어요? 아까 도서관에 갈 때는 이 건물은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모양이었다. 같은 학교에 왔는데 정말 단 한 번도 마주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허묵은 조금 더 골려줄까 생각하다가 사실대로 말하는 쪽을 선택했다.


“유연씨를 발견한 건 당연히 우연이죠. 환기 좀 시키려고 했는데, 유연씨가 이 건물로 뛰어 들어오더라고요.”


달콤한 핫초코의 냄새가 올라왔다. 허묵은 좋아하는 냄새가 아니었다.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고 그 순간에 취하게 만들어 판단을 둔하게 만드는 냄새였다. 티스푼을 빼내고 유연에게 머그컵을 내밀었다.


“하하, 사실 연모대에 오기 전부터 연락 하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만날 줄 알았으면 그냥 연락드릴걸 그랬어요.”


자신이 타둔 커피를 손에 쥔 허묵은 유연의 말을 잠잠히 듣다가 질문했다.


“왜 고민했어요?”

“그야… 교수님도 교수님 일정이 있으시고, 제가 괜히 시간만 뺏는 것 같아서요.”


항상 같은, 틀에 박힌 대답이었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시선을 피하다가도 다시 허묵을 바라보았다. 허묵은 그런 유연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현실을 직시하게 도와주는 맛이었다.


“날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고요?”

“그, 그건….”


붉어진 입술이 한 번 달싹거렸다가 다물어졌다. 머그컵을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어께에 걸쳐졌던 비치타올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허묵은 유연의 뒤로 다가가서 비치타올을 다시 올려주었다.


“후후, 농담이에요. 아이템 찾으려고 왔어요?”

“아, 네! 아직 기획 단계이긴 한데… 조금 더 틀이 잡히면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유연에 들린 손은 뇌에 관련된 책이었다. 게다가 허묵이 공동 집필진으로 들어간 책이었다. 모르고 골랐을까? 아니면 알고 있었을까.


“심리학 관련인가요? 아니면 뇌 관련?”

“음… 정확하게는 감정이요.”


감정이라. 또 어렵고 형용하기 힘든 것을 선택했다. 동시에 허묵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기도 했다. 허묵이 유연의 맞은편에 앉자, 유연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잠깐 본 동영상에서 스스로의 팔뚝을… 이렇게 감싸 안는 행위가 되는 포옹을 받았다고 인식하다고 들었거든요.”


심리학 강의를 들은 모양이었다. 뇌를 속이는 방법에 대한 강의일 것이다. 한 3년 전 쯤에 허묵도 아는 교수가 TV방송에서 했던 강의였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강의였다. 우선은 자신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껴안으면서, 마치 타인을 달래주는 것처럼 토닥이는 동작을 취하라는,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스스로에게 잘 했다, 괜찮다. 고생했다라고 말해주는 그 동영상 맞죠?”


유연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대중들의 시선과 평가에 시달리는 직업의 특성상 꼭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반드시 들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나? 아니면 선택이 옳았는지 분별하기 어려워지기라도 한 걸까.


“네! 맞아요! 허 교수님도 아셨어요?”

“그 교수님과 아는 사이거든요.”


허묵이 같은 것을 안다는 사실에 유연이 웃으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니 항상 유연에게 필요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동의하는 사람이 있고, 절대적인 자신의 편이 있다는 것. 틀리지 않았다는 것,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것. 자신을 믿는 확신.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누구나 목마른 감정.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할까. 허묵의 개인적 견해로 보자면, 뇌는 감각을 처리하는 기관이기에 포옹으로 인식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기에 그 행동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그대로 말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정말 그렇다고 동조해야 하는 걸까. 사람마다 다르기에 심리학이 불완전한 학문이라고 말해야 할지를 잠시 갈등했다.


“유연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대학원생에게 이렇게 질문하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겁먹은 표정으로 허묵의 표정을 살핀다. 하지만 유연은 자신을 보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용기내어 그 붉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는… 그… 눈물이 났거든요. 안도감이 들어서요.”


유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대한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시선을 위로 두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허묵의 앞에서 이런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이를 꽉 물고 있었다. 일부러 머그컵에 든 핫초코를 입에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허묵은 그런 유연을 응시했다. 이런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는 것을 부끄러운 것 같았다. 허묵은 진심을 토하는 유연의 앞에서 비웃을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 눈물 짓는 모습 하나까지도 자신의 눈 속에 담고 싶었다.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슬플 때 웃으면 뇌가 기쁘다고 인식해서 엔돌핀을 분비시켜 정말 슬프지 않게 된다는 말이요.”


허묵의 비치타올에 유연의 눈물이 스며들었다. 황급히 눈가를 찍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하나도 빼놓고 싶지 않았다. 옅은 갈색의 도톰한 수건을 쥔 손가락과 유연의 눈물에 닿아 짙어지는 비치타올, 손을 움직일 때 마다 흔들리는 팔, 비치타올 사이로 보이는 유연의 몸동작 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그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들어본 적 있어요.”


최대한 평정을 찾으려는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허묵은 일부러 입꼬리를 살짝 위로 끌어올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는 슬플 때 웃으면 오히려 더 우울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죠.”


이번에는 허묵이 커피로 목을 축였다. 천천히 유연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무슨 표정을 지을지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코끝과 눈 끝이 붉어졌다. 갑자기 터져 나오려던 감정은 잘 추스른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고정된 눈동자는 새로운 방송 아이템 발견을 위한 것인지, 그것 외의 감정으로 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전자임에도 불구하고 허묵은 유연의 마음이 후자라고 생각했다.


“뇌를 속여 감정을 바꿀 수 있지만, 마음은 속이지 못한다는 거죠. 뇌는 받아드려도 마음이 받아드리지 못하는 것과 같죠.”


뇌와 감정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감정과 마음도 다르다. 뇌로는 유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선을 긋고, 감정도 그저 매력적인 사람에게 지극히 평범하게 가지는 가벼운 관심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허묵의 마음은 스스로 정의할 수 없었다.


“누가 자신의 일에 100% 확신을 갖고 살겠어요? 나도 못하는데.”

“허교수님은 전혀 안 그러실 것 같은데….”


허묵은 유연을 향해 웃었다. 여전히 눈은 웃지 않았지만, 그것이 허묵이 나타낼 수 있는 자상함의 표현이었다. 유연을 다독이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텐 그런 일은 아주 많아요. 확신을 갖고 실험했는데, 소득 없었던 실험이 얼마나 많은데요?”


유연은 허묵이 말을 계속하기를 기다렸고 허묵은 커피로 천천히 목을 축였다.


“게다가 그 많은 실험 중에 가장 건질만한 결과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거죠.”

“저랑 많이 비슷하네요.”


유연이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방금 전 보다 표정이 훨씬 나아져 있다. 누구나 겪은 것 하나하나에 유연은 흔들리고 괴로워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약하다. 인간은 약한 자를 짓밟으면서도 약한 자를 돕고 싶어한다. 모순밖에 없는 인간, 그 무리에는 유연도, 자신도 속해있다.


“그래도 유연씨는 아주 좋은,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잖아요? 나는 내 이론이 언제 또 반박 당할지 몰라요. 그런 면에서, 적어도 저보단 유연씨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허묵의 말을 듣고 있던 유연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안도감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굴에서 안정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묵의 위로에 스스로에게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허묵을 만날 때 마다 유연은 안정을 느꼈다. 괜한 말 한 마디가 없고 허묵과 대화하면 자신조차도 왜 꼬여있는지 모를 생각들이 하나 둘씩 풀렸다. 허묵은 정말 고맙고 특별한 존재였다. 인생에 이런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유연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핫초코를 마셨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연모대로 한 번 놀러와요. 아주 마음에 들거에요.”

“네, 꼭 그럴게요.”


유연이 비치타올을 겉어냈다. 이제 몸도 녹았고, 옷은 눅눅하긴 하지만 쫄딱 맞은 모양새는 아니기에 돌아다닐 만 했다. 우산은 이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면된다. 너무 지체할 수도 없었다.


“가려고요?”

“네, 회사에는 금방 돌아간다고 했거든요.”


유연이 비치타올을 곱게 접었다. 허묵에게 빨아서 돌려줄 생각인지 책과 함께 그 손에 들렸다. 뭔가 담을 봉투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허묵의 연구 외에 물건은 없었다. 핫초코도 이미 깨끗하게 비운 상태였다.


“사실 가을의 이맘때가 제일 좋아서 자료 조사를 핑계 삼아서 나왔어요.”


아마 기분도 별로기에 나왔을 테지, 허묵은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유연을 바라보았다. 관찰자의 태도가 아닌, 유연의 그 행동들이 허묵에게서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같은 날씨는 마치 모든 편집을 끝내고 방송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거든요. 이 비가 그치면 본격적으로 아름답게 단풍에 물이 드니까요.”


유연은 항상 진취적이며 긍정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그 작은 몸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사변적인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평소보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대화였다. 허묵은 그렇게 평가했다.


“이제 유연씨도 단풍이 물들기만을 기대하면 되겠네요.”


허묵의 말에 유연이 활짝 웃었다. 만개한 꽃처럼, 가장 아름다운 붉은색을 머금은 단풍처럼 얼굴을 붉히고는 감사인사와 함께 비치타올은 세탁해서 전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연구실을 나섰다. 모두 허묵의 예상대로였다.

허묵은 유연이 나가고 나서 창문 밖으로 유연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빗방울은 전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몇 분뒤 유연은 반투명한 우산을 쓰고 앞을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정확하게 허묵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허묵도 유연의 행동을 따라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시 뒤를 돌아 앞으로 나아가는 유연을 보는 허묵의 얼굴에 웃음이 지속되었다.

문득, 창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이 너무 낯설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생각 될 정도였다. 허묵은 금세 감정을 지운 무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커튼을 쳤다.

조교가 오전에 가져다 놓은 연구결과를 보기 위해 책상앞에 앉았다. 이런 감정들은 빗물에 흘려 내려갈 것이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리는 마음도 이 비가 끝이면 깨끗하게 씻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이 비만 그치면, 자신의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허묵은 커피로 마른 입을 적시고 연구 결과가 쓰여진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비는 한동안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쓰고싶은 것을 쓰고 있습니다. 맛있으면 다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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